대규모 직접 투자 사례 늘어
지난 26일 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업을 하는 국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MS 스타트업 서밋’을 개최했다. 한국 MS는 국내 스타트업들에 라이선스와 기술 지원 등 최대 5억원씩을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그 성과를 공유하는 행사를 연 것이다. MS의 클라우드인 ‘애저’로 AI를 서비스하는 뤼이드·뤼튼테크놀로지스 등 스타트업 임원들이 패널로 참여해 AI 서비스의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한국MS 관계자는 “MS는 한국 AI 스타트업들에 큰 관심이 있다”면서 “AI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지원 사업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한국 AI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빅테크들이 AI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생태계를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완성도 높은 AI 서비스를 구현한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협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AI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는 빅테크와 세계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스타트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했다.
◇美와 협업하고 日 진출하는 韓 AI
AI 설루션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김성훈 대표는 지난 19일 미국 AI 스타트업 앤스러픽의 본사에서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LLM(거대 언어 모델)의 비전과 향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앤스러픽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경쟁사로 주목받는 기업이다. 최근 아마존과 구글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업스테이지의 LLM 모델 ‘솔라’는 오픈AI 챗GPT, 구글 팜, 메타 라마, 앤스러픽 클로드와 함께 글로벌 생성 AI 플랫폼 ‘Poe’에 메인 모델로 등록돼 있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AI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AI 포털을 서비스하는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지난 6월 일본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Z벤처캐피털 등에서 15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올해 초부터 일본 사업을 위한 전담팀과 자문단을 구성했고 지난 4월에는 일본 현지 서비스를 공개하는 등 일본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미일 투자자들에게서 누적 1500만달러(약 200억원) 투자를 유치한 AI B2B(기업 간 거래) 스타트업 올거나이즈도 지난해 본사 기능을 미국에서 일본으로 옮겼다. 2025년 일본 상장이 목표이다.
◇엔비디아·AMD는 직접 투자
국내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빅테크도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AMD는 최근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모레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2200만달러 규모 투자에 참가했다. 모레는 AI 반도체 시장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처리 정치)가 아닌 반도체로도 AI 모델을 개발·서비스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AMD의 관심을 받은 것이다.
영상을 이해하는 AI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트웰브랩스는 엔비디아와 인텔 등에서 1000만달러 규모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엔비디아가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한 첫 사례다. 이 회사는 영상 검색, 분류, 생성 등 영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스타트업이다. 오픈AI의 챗GPT, 메타 라마 등 주요 생성형 AI 서비스가 텍스트, 이미지 등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트웰브랩스는 영상에 특화됐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업체는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트가 선정한 ‘세계 50대 생성형 AI 스타트업’에 오픈AI, 허깅페이스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국내 스타트업들은 해외 진출을 기본적으로 염두에 두고 출발한 곳이 많아 협력과 투자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면서 “글로벌 빅테크 입장에서도 한국 스타트업의 우수한 인력과 한국어 데이터 등에 관심이 많아 협업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